아파트 정원 산책
아파트 정원 산책
일반 가정집을 많이 방문하는 직업을 가졌다보니, 전국 곳곳의 아파트, 빌라, 주택을 자주 방문하게 됩니다
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아파트인데요
아파트를 많이 다녀보면 요즘 아파트는 너무 멋있게 지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선 지상주차장이 없고 모두 지하주차장이다보니, 지상에는 주차된 차들이 없어서 쾌적?합니다
그 대신 지상의 아파트 동과 동 사이의 공간들을 공원처럼 멋지게 조경을 해놓아서 흡사 공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에요
옛날 아파트 중에도 지상의 일부를 나름 꾸며놓은 곳들이 있는데
문제는 지하주차장 없이 지상의 일부를 꾸며놓다보니 오히려 불편감을 줍니다
지상을 주민들의 편의 공간으로 꾸며놓으려면 주차공간부터 확보한 후에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차를 가지고 다니는 1인으로서 좋아보이지 않더라구요
최신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모두 지하 공간으로 주차공간을 이동하고 지상은 멋지게 꾸며져있어요
아파트 단지가 클수록 1층 조경 공간도 넓고 종류도 편의나 휴식 공간 구성이 다양하고 예쁜 것 같아요
아파트 내부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공원을 둘러보는 것처럼 산책하는 것 같고
벤치에 앉아서 봄의 시원한 오후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기분이 상쾌해요
공간 구성이나 조경의 다양한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한재미했어요
날씨가 좋아지고 한낮을 제외한 시간대에는 아직 선선한 봄을 느낄 수 있기에,
사람들도 귀가하기 전 마지막 에너지를 불태우거나 기분좋은 공기와 바람, 분위기를 담아가려는 듯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쉬기도 하는 모습들이었어요
아파트 정원 곳곳에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오는 것도 너무 기분좋네요
예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소리가 들려오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나와 노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거나 아이들 수 자체도 많지 않다보니
아이들의 소리가 그렇게 귀하고 또 듣기 좋다고 여겨지더라구요
유치원,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미끄럼틀 타고 그네타며 뛰어 노는 아이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아이들의 놀이 모습을 지켜봐주는 엄마들,
학교 가방을 한쪽 벤치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초등학생들,
그 사이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벤치에 앉아 과일을 먹는 아이와 아이를 챙겨주는 엄마,
미니폭포 바로 앞에 앉으시어 눈을 감고 감상에 빠지신 할아버지,
3~4명 모이셔서 즐거운 이야기에 빠진 아주머님들,
어딜 보아도 즐거워보이는 모습이 평화로워보이기까지 하고 좋아보이는 거 있죠
그 사람들과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도,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전환이 되었어요
그렇게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보이고,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아파트 정원에 펼쳐진 아름다운 조경이었습니다
고층에서 내려다볼 때에도 나무들이 많이 심겨져있어서 울창한 숲처럼 보이긴 했어요
그런데 그 나무들 사이로 미니폭포와 분수, 계곡 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물들이 너무 예쁘게 꾸며져있는 건
미처 못 보고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그 모습들이 가장 아름답게 반짝일, 오후 4~5시에는 그곳을 걸어서 지나본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깜깜한 밤에 아파트 앞에 볼일이 있어서 나간 적은 있지만
대부분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이용해서 아파트를 벗어나다보니
아파트 내부 전경을 볼 틈도, 여유도, 시간도, 마음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쉼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오늘 보니, 아파트 바로 앞이 공원이고, 계곡이고, 물좋은 곳이에요^^
넓은 공원에 비하면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아파트 고층 건물들에 둘러싸여 햇볕이 쨍쨍 눈살을 찌푸리게 할 필요도 없는 곳
시원한 물줄기와 나무들의 신선한 공기를 만끽하며 선선한 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곳,
기분에 따라 느릿느릿 주변을 거닐거나, 벤치에 앉아서 사색에 무한 빠져들 수 있는 곳,
무엇보다 집과의 접근성이 좋아서 언제든지 툭툭 털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
와아
좋은 조건이 너무 많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문득 감사가 새록 새록 들었던 시간이에요
사람은 무얼 자주 잊는 것 같아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세상행복한 마음으로 며칠 구름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지내었는데
어느새 그 마음도 잊고 바쁜 삶에 분주하게 살아가면서 감사도, 즐거움도, 여유도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바쁘게 살아야 하고,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때이고 시기이고 나이인 건 맞는데
주변의 아름다움을 놓치면서 하는 건 반성해야 할 것 같네요
바쁠 땐 하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땅을 밟으며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벤치도 있고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곳들도 많아서
여기 한 번, 저기 한 번 앉았다가 거닐다가 하면서 제법 긴 시간을 밖에 머물렀어요
찾는 이 없고, 급한 일 없으니 마음 가는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마음껏 누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